한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은 오랜 시간 동안 아시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위상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한국보다 낮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한 것은 충격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일본 경제는 구조적인 한계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이 겪고 있는 경제 쇠퇴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요소들이 차이를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봅니다. 고령화, 통화가치 하락, 산업 구조 경직성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일본 경제는 과연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요?
1. 1인당 GDP 역전, 일본 경제의 경고등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두 해 연속으로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섰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은 약 3만 6천 달러, 일본은 3만 4천 달러 수준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변화로,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단순히 환율의 영향만이 아니라, 일본 경제 전반의 활력이 약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특히 1달러당 150엔에 가까운 환율은 일본인의 실질 구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은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으며, 반도체·전기차·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일본에겐 분명한 위기의 신호입니다. 과거에는 일본이 보유한 기술력과 자본력이 이를 상쇄했지만, 지금은 기술 혁신 속도와 민첩성에서 한국이 오히려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 일본은행의 통화정책과 산업 변화 정체
일본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오랫동안 유지된 완화적 통화정책입니다. 일본은행은 저금리 기조와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라는 이중고를 낳았습니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졌고, 내수 소비는 지속적으로 위축되었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소득층 가구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줄었고, 이는 전반적인 내수 시장의 위축으로 직결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확산, 정부의 신산업 육성 지원, 대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확대 전략 등을 통해 구조 전환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기술 도입이나 산업 간 협업에서 보수적인 경향을 보여 글로벌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내 스타트업의 성장률과 벤처 투자 비중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3. 세계 최악 수준의 고령화가 초래한 경제 정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전체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며, 이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노동 인구의 감소는 단순히 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넘어, 내수 소비 감소, 혁신 동력 약화, 재정 부담 증가 등 국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령층이 많은 사회는 소비 패턴이 제한적이며, 새로운 시장 창출이 어려워 기업의 성장 전략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상대적으로 청년 인구 비율이 높고, 청년층 중심의 디지털·IT 분야 창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여성 인력 활용, 고령자 재고용, 외국인 노동자 유입 등으로 노동력을 보완하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 부족과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 건전성에도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세금 인상이나 공공 서비스 축소와 같은 추가적인 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일본이 2년 연속으로 한국보다 낮은 1인당 GDP를 기록한 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닌, 일본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상징하는 신호입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며 변화를 주저했던 일본은 이제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엔화 약세, 산업 혁신 정체, 고령화 심화는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일본이 다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활성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이민 정책 확대 등 전방위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반면 한국은 위기 속에서도 기민하게 산업 구조를 바꾸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러한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개혁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