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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소노동자 실태|고령화된 노동현장과 사회적 무관심

by hirokimina 2025. 5. 25.

 

병원, 역, 학교, 공공시설 곳곳에서 항상 청결을 유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들 중 다수가 60세 이상 고령자이며, 낮은 임금과 부족한 사회적 존중 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청소노동은 점점 더 고령자 중심의 직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일본 노동시장 구조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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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령화된 청소노동자 구조와 현실

2023년 기준, 일본 청소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약 63세로, 전 산업 평균보다 15세 이상 높습니다. 특히 병원과 철도 시설, 학교, 백화점 청소 업무는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자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며, 정년 퇴직 후 재고용되는 형태도 많습니다. 후쿠오카 지역 한 민간 병원에서는 전체 청소직의 80%가 65세 이상이라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일본 사회가 고령화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 대체 모델로 청소업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근로 강도가 높은 데 비해 안전 관리나 복지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 난방이 되지 않는 지하 통로나 외부 작업 공간은 고령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실제로 2022년에는 고령 청소노동자의 작업 중 낙상 사고가 전국적으로 200건 이상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2. 무시받는 필수노동, 낮은 처우와 존중 부족

청소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직종이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직군 중 하나입니다. 시간당 임금은 일본 최저임금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이며,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 수준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2023년 기준 도쿄도 청소노동자 평균 시급은 약 1,060엔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감염병 관리가 필요한 병원이나 공공시설에서도 보호 장비나 안전 교육이 형식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무거운 청소 장비를 사용하는 작업에 대한 신체적 부담은 고령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합니다. 작업 전 스트레칭조차 없는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 허리 통증, 관절염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지만, 별도 진료나 보험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도 흔합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존중의 부재가 문제입니다. 청소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하는 인식은 이들이 현장에서 겪는 심리적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청소노동자는 “우리 일 없으면 병원도 못 열 텐데, 누구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닌, 노동 존엄성과 관련된 구조적인 무관심의 결과입니다.

3. 제도적 사각지대와 개선을 위한 움직임

청소노동자는 파견 또는 용역 형태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아,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산재보상이나 연금 납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계약 갱신 조건이 불투명하거나, 외주 업체 간 입찰 경쟁으로 인한 고용 승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령 청소노동자들은 지속적인 고용 불안정과 수입 단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자체와 민간 기업에서는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쿄도립병원 일부에서는 직접 고용 전환과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형 복합시설에서는 ‘청소노동자 전용 휴게 공간’이나 ‘감사 캠페인’을 운영하며 인식 개선에 나선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나고야시는 일정 연령 이상의 청소노동자에게 연 1회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민간 청소 업체와 협력하여 장시간 연속 작업을 금지하는 지침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은 청소노동자를 포함한 고령 노동자의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며, 청소업계 내부에서도 자동화 장비 도입과 작업 부하 조절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처럼 청소노동을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교육과 인증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일본에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결론|노동의 존엄을 위한 재평가와 제도 개선

일본의 청소노동자들은 고령화 사회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노동은 사회적으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고령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려면, 단순한 채용 유지가 아닌 처우 개선과 제도 보완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필수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존중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고령화 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청소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