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에서 가장 생생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은 ‘전통시장’을 걸어봐야 합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과는 다른 사람 냄새, 정겨운 말투, 진짜 일상이 있는 곳. 이번 여행에서는 도쿄, 교토, 가나자와 등 다양한 지역의 전통시장을 직접 걸으며 일본의 일상과 정서를 느껴보았습니다.
1. 도쿄 아메요코 시장 – 혼잡하지만 활기찬 재래의 풍경
JR 우에노역과 오카치마치역 사이에 펼쳐진 아메요코 시장은 도쿄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입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붐비는 이 시장은 의류, 해산물, 간식, 향신료, 화장품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죠.
아메요코의 매력은 ‘혼잡한데 즐겁다’는 데 있습니다. 상인들의 큰 소리 외침, 시식 권유, 흥정하는 모습 모두가 일본의 다른 고요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연말에는 ‘카니세일(게 세일)’이 펼쳐져 시장 전체가 북새통이 되곤 하죠.
저는 이곳에서 말차 타르트, 말린 해산물, 저렴한 스니커즈까지 모두 구매했어요. 그리고 돌아다니다 보면 간판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바로 사람들의 활기. 이곳이야말로 ‘살아있는 일본’을 느끼기에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2. 교토 니시키 시장 – 전통과 품격이 살아 숨 쉬는 골목
‘교토의 부엌’으로 불리는 니시키 시장은 4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식재료 전문 골목입니다. 폭은 좁지만 깊이는 굉장한 이곳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라, 장인의 손맛이 살아 있는 품격 있는 시장입니다.
니시키 시장에서는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은 물론, 교토 특유의 절임 반찬(츠케모노), 유바(두부껍질), 수제 고추장, 계절 과일, 화과자까지 다양한 품목을 만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과 예술성은 ‘먹는 문화’ 이상의 감동을 줍니다.
골목마다 깔끔하게 정돈된 진열과 정중한 인사, 시식 하나에도 품위가 담겨 있는 모습은, 교토라는 도시의 품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어요. 여행 중 간식거리부터 선물용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알짜 시장입니다.
3. 가나자와 오미초 시장 – 바다의 도시에서 만난 신선함
가나자와의 ‘오미초 시장’은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대표 수산시장입니다. 일본해와 맞닿은 도시답게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며, 도야마만에서 나는 제철 생선이 매일 아침 입고됩니다.
시장 내부는 복잡하지만 잘 정돈되어 있고, 상점마다 손질된 회와 초밥, 덮밥을 판매해 현장에서 바로 식사도 가능합니다. 특히 ‘노도구로(흑도미)’나 ‘가니동(게덮밥)’ 같은 지역 특산 메뉴는 꼭 맛봐야 할 별미입니다.
또한 금박을 입힌 디저트, 차 전문점, 일본 전통 식기류를 파는 가게들도 시장 주변에 함께 있어 단순한 수산시장 이상의 풍성함을 자랑합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이곳은, 가나자와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결론 – 전통시장은 일본의 현재진행형
일본의 전통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일상과 문화가 숨 쉬는 공간입니다. 도쿄의 활기, 교토의 품격, 가나자와의 신선함처럼 각 도시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 시장들은 일본을 이해하는 창이 되어줍니다.
가끔은 관광지 대신 시장을 걷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그곳에는 일본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진짜 일본’을 만나는 길이 그 골목 어귀에서 열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