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입국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항 혼잡을 줄이기 위해 자동입국심사 시스템인 e-Gate를 전국 주요 국제공항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여행자도 사전 등록 없이 간단한 여권 스캔과 얼굴 인식만으로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수집하는 생체정보, 개인정보 저장 방식, 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데이터 관리 투명성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e-Gate 시스템의 보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1. 일본 e-Gate의 도입 배경과 구조
일본 법무성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공항 혼잡 완화를 위해 e-Gate 시스템을 본격 도입했습니다. 현재 나리타국제공항, 하네다공항, 간사이국제공항, 나고야 주부국제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에서 운영 중이며, 입국자는 여권을 스캔하고 얼굴을 인식시키는 단순한 절차만으로 입국 심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여권 판독과 생체정보 대조 과정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보안 표준을 따르며, 별도의 사전 등록 없이도 사용이 가능해 매우 직관적입니다.
e-Gate는 입국심사관과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해소되고, 입국 카드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어 비즈니스 방문객이나 재입국 외국인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중 약 60%가 자동입국심사를 이용했으며, 후속 만족도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기존 심사보다 편리하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일본이 디지털 행정과 공항 운영의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2. 생체정보 저장과 개인정보 보호 논란
편리함과 함께 떠오른 문제는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불투명성입니다. e-Gate는 얼굴 영상 데이터, 여권번호, 입국 시간 등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며, 이는 법무성 산하 서버에 일시 저장됩니다. 비록 일정 기간 후 삭제된다고는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이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고, 어느 시점에 파기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용자에게 정보 열람이나 삭제 요청 권한도 명확히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일본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일부 공항의 e-Gate 단말기에서 관리자 접근 로그가 비활성화 상태였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보안 전문가는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이 되는 시스템에서 관리자 접근 내역조차 투명하지 않다는 것은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화된 암호화 알고리즘 도입, 중앙 로그 저장소 연동 등의 대응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3. 여행자 입장에서의 편리함과 제한사항
e-Gate를 통한 입국은 수 분 이상 대기해야 했던 기존 입국 심사 절차를 단 30초 이내로 단축시켜, 체류 일정이 빠듯한 여행자나 비즈니스 방문객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특히 단체 입국이 몰리는 시간대에 그 효율성이 극대화되며, 최근에는 e-Gate 전용 입국 통로가 따로 마련된 공항도 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 오류나 인식 실패가 발생해도 인근 직원의 안내로 바로 수동 심사대로 이동할 수 있어, 전체적인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여행자들은 여권에 입국 도장이 찍히지 않는다는 점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입국 도장은 일본 내 숙소 예약, 체류 기간 증명, 외국인 등록 신청 등에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공항 직원에게 별도로 요청해 수동 도장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 공항에서는 별도 안내 창구를 통해 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 인식률이 떨어지는 오래된 여권(MRZ 인쇄 품질 저하)이나 쌍둥이, 안면 마스크 착용 상태에서는 오인식률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4. 향후 확대 계획과 시스템 개선 과제
일본 정부는 e-Gate 시스템을 2025년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전국 주요 항공 및 해상 관문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법무성 발표에 따르면, 향후에는 단순한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모바일 여권, NFC 기반 생체인증 연동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디지털청과 협업해 보안 프로토콜을 통합하는 로드맵도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유사 시스템을 이미 성공적으로 도입한 한국, 싱가포르, 호주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확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용자 신뢰 확보입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법령 정비, 정보 열람권 보장, 외국인 안내문 다국어 제공, 데이터 보호 위원회 감시 등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 사전 고지 절차를 명문화하고, 시스템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 제공도 고려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일본의 e-Gate 시스템은 여행자 편의를 극대화한 첨단 입국심사 솔루션으로, 세계적인 공항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수집 범위와 활용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시스템만 확산되는 구조는,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이용자 불신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체정보라는 민감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제도적 정비와 이용자 보호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일본이 디지털 입국 시스템의 글로벌 모범사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입국 절차의 간소화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한 ‘설명 가능한 투명성(explainable transparency)’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