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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88사찰 순례 여행기

by hirokimina 2025. 6. 6.

 

 

태양, 숲 ,자연

일본 시코쿠 88사찰 순례, 직접 걸어보니 여행이 아닌 인생의 여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난 풍경, 사람들, 그리고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까지 모두 소개합니다.

1. 시코쿠 88사찰 순례란?

시코쿠 88사찰 순례는 일본 시코쿠 지방에 위치한 총 88개의 불교 사찰을 도는 전통적인 순례 코스로, 약 1,200km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합니다. 이 순례는 일본 불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구카이(弘法大師, 고보 대사)가 수행했던 길을 따라가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보통 흰 옷과 지팡이, 삿갓을 착용하고 도보, 자전거, 차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동하며 여정을 이어갑니다. 단순히 사찰을 방문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면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일본인들뿐 아니라 외국인 방문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순례로, 각 사찰마다 납경이라는 도장을 모으는 전통도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념을 넘어 자신만의 순례 여정을 남기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2. 순례길에서 마주한 풍경과 만남

시코쿠의 사찰들은 대부분 자연 속에 조성되어 있어, 도심과는 전혀 다른 고요함과 정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과 바다를 오가며 만나는 풍경은 계절마다 다르게 펼쳐져, 한 걸음 한 걸음이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벚꽃이 피는 봄에는 분홍빛 사찰과 청명한 하늘이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사찰의 고즈넉함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순례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나이, 국적, 배경이 달라도 모두가 평등한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헨로상(お遍路さん)"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순례자들은 서로 "곤니치와" 인사를 주고받고, 작은 간식을 나누는 일도 잦았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이 전통을 이어받아, 간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며 순례자를 응원하는 "오세타이"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인연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습니다.

3. 실제 여행 준비와 이동 팁

전체 88개 사찰을 모두 도는 데는 보통 도보 기준 40~50일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간을 고려해 구간별로 나누어 순례하거나, 차량을 이용해 단기간에 다녀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저는 7일간 차량을 이용해 주요 사찰 23곳을 방문했으며, 하루 일정은 3~4개 사찰을 중심으로 계획했습니다. 순례자들은 "납경장"이라는 전용 책자를 소지하고 각 사찰마다 도장을 받아 기록을 남기는데, 이는 순례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입니다. 사찰들은 대부분 안내소, 음수대, 화장실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도보 순례자들을 위한 숙박 시설도 마련돼 있어 장기 여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각 사찰마다 특색 있는 건축 양식과 불상, 정원이 조성돼 있어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동 중에는 내비게이션보다는 전용 순례 지도와 이정표를 참고하는 것이 정확하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사찰은 미리 주유 및 식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자외선 차단에 유의해야 하며, 겨울에는 내륙 산악지역의 기온이 낮으므로 따뜻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시코쿠 순례는 느림의 미학과 성찰의 길

시코쿠 88사찰 순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자연 속을 걷고, 사찰의 고요함에 귀 기울이며, 순례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여정은 생각보다 더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습니다. 길을 걷는 동안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사찰마다 전해지는 에너지와 정성은 치유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꼭 88곳 모두를 돌지 않더라도, 그 중 몇 곳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코쿠 순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여행이며,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아가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