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심 한복판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사회가 존재합니다. '요세야(寄せ場)'라 불리는 지역에서는 고령의 남성들이 쪽방에 살며, 매일 일용직 노동을 찾아 떠나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젊은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으로 모여들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고령의 거리노동자들이 주로 머무는 지역으로 변모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대표적인 요세야 지역인 오사카 니시나리구와 도쿄 산야 일대를 중심으로, 고령 일용직 남성들의 삶과 제도적 소외 문제를 조명합니다.
1. 요세야란 무엇인가?|오사카 니시나리와 도쿄 산야 지역의 현실
‘요세야(寄せ場)’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을 찾기 위해 모이는 장소를 뜻하며, 일본의 대도시 빈민가 구조를 대표하는 개념입니다. 대표적인 요세야로는 오사카의 니시나리구(西成区)와 도쿄의 산야(山谷) 지역이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는 수많은 쪽방(도야)이 밀집해 있고, 거주자는 대부분 60~70대 이상의 독신 남성입니다. 니시나리구의 ‘아이린 지구’는 일본 최대의 요세야로, 매일 아침 수백 명의 고령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기다립니다. 이들은 주로 건설 현장, 청소, 하역 등 육체 노동을 맡지만, 일당은 7,000~9,000엔 선으로 생활 유지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감이 없는 날은 역 앞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행렬에 서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노동자의 유입이 거의 끊기면서, 요세야 전체가 '고령자 일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 고령 일용직 남성들의 일상|노숙과 청소·공사 잡일의 반복
요세야에 거주하는 고령 남성 대부분은 가족과 단절된 상태이며, 주민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부터 건설노동에 종사하다 고령화와 함께 ‘떠밀리듯’ 요세야로 모여들었습니다. 고된 육체노동, 생활불안, 만성 질병은 기본이며, 의료 접근성이 낮고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쪽방의 월세는 약 1~2만 엔이지만, 시설은 열악하고 공동 화장실·목욕탕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겨울철에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도 발생하며, 여름에는 열사병으로 구급차가 출동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특히 건설업이 비수기로 접어들면 일거리가 거의 없어지고, 거리 청소나 쓰레기 분리 작업 같은 저임금 공공일자리마저 경쟁률이 치열해집니다. 최근에는 배달업체 픽업 요원이나 가전제품 포장·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고령자도 늘고 있으며, 이는 일본 사회 전반의 '고령노동 만연화' 현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3. 지원 부족과 제도적 단절|복지 제도의 접근 장벽
요세야에 머무는 사람들은 대개 주민등록이 불분명하거나, 주소가 없어 생활보호 신청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의 복지 시스템은 주소지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쪽방에 임시 거주 중인 사람은 ‘무주택자’로 간주되어 행정 서비스에서 배제되기 쉽습니다. 또한, 고령 일용직 노동자들은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금 수급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 결과, 생계유지를 위해 70~80대에도 일을 구걸하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의료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례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NPO나 지자체가 쪽방 주민 등록 대행, 무료진료소 운영, 급식·복지 연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제도 자체가 요세야 주민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일본의 빈곤정책이 '서류상 존재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하며, 등록 인프라와 복지 접점의 분리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결론|일본 고령사회의 그림자, 제도화되지 못한 빈곤
요세야는 단지 ‘빈민가’가 아니라, 일본 고령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 빈곤의 집약체입니다. 가족, 연금, 복지 등 기본 안전망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는 일본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고령자 복지의 사각지대 해소는 단순한 일시 지원이 아닌, 제도적 통합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나아가 주거, 노동, 의료, 심리 지원이 통합된 '복합 복지센터' 도입 논의처럼, 실질적인 시스템 설계가 요구됩니다. 일본이 고령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고자 한다면, ‘요세야’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국가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