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실질적으로 가난해진 원인을 임금 정체, 고용 구조, 비정규직 증가, 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의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한국 등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일본의 경제 구조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살펴봅니다.
1. 30년간 실질 임금이 정체된 일본의 현실
일본의 임금은 지난 30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 왔습니다. 1994년 일본의 평균 연봉은 약 460만 엔이었으며,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46,000달러에 해당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이 된 지금도 일본의 평균 연봉은 거의 동일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일본 내각부와 노동정책연구소의 지표에 따르면, 1991년을 기준으로 임금 상승률이 2020년까지도 1%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40~60% 이상 임금이 상승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임금이 오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다른 나라 대비 가난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물가 상승률도 낮았지만,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생활 수준은 점점 하락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잃어버린 30년’이 아닌, ‘잃어버린 40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습니다.
2. 높은 취업률에 숨겨진 고용 구조의 문제
일본은 오랫동안 높은 취업률을 유지해 온 나라입니다. 대학 졸업자의 최종 취업률은 2025년 기준 약 98%에 달하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겉보기에는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운 수치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일본은 해고가 어려운 종신고용 문화와 법적 규제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보다는 고용 분산 방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기업들은 한 명이 하던 일을 둘 또는 셋에게 나누어 맡기면서 고용 수를 유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개별 노동자의 업무 강도는 낮아지고 임금 수준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노동생산성 저하와 함께, 임금 상승 여력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경제 전반에 걸친 성장 정체와도 직결됩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고용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3. 비정규직 확대와 세대 간 소득 격차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정규직 증가 없이 비정규직만 급격히 확대되었습니다. 1984년 약 600만 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24년 기준 2,100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노동자의 약 40%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 형태의 변화가 청년 세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세대별 실질 소득 데이터를 분석하여 1950~60년대 출생자의 생애 소득이 40억 엔을 넘는 반면, 1980~90년대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낮고, 비정규직에 머물 확률이 높아 경제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사회 전체의 소비 여력과 출산율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내수 경제와 복지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4. 좀비 기업과 최저임금 억제가 만든 구조 왜곡
일본은 경제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하기보다는 정부 보조금을 통해 존속시키는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이 '좀비 기업' 형태로 살아남았고, 이들 기업은 낮은 임금 체계를 유지한 채 고용 수치만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본의 최저임금은 오랜 기간 억제되어 왔습니다. 2002년 일본의 평균 최저임금은 시간당 663엔이었으며, 2024년에도 약 1,000엔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이는 한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결국, 최저임금 억제와 비효율적인 기업 지원 정책은 일본 사회의 임금 정체와 생활 수준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구조적 개혁 없이는 변화가 어렵습니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표면적으로는 고용률과 경제 규모를 유지해왔지만, 실질적인 국민 소득과 삶의 질은 꾸준히 저하되었습니다. 종신고용, 해고 규제, 비정규직 확산, 부실기업 유지, 최저임금 억제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저성장 구조를 고착화시켰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에 비해 적은 소득과 낮은 고용 안정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기대와 사회적 활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임금 인상과 경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구조 개혁 없는 단기적 대응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고용 구조 개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 산업 경쟁력 회복 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동반될 때 가능할 것입니다. 일본이 과거의 경제 강국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현상 유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