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혼슈 중북부, 이시카와현에 자리한 가나자와는 ‘작은 교토’로 불리는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도시입니다. 북적이는 대도시 대신,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진짜 일본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죠.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마저 느려지는 듯한 감성 가득한 가나자와의 하루를 기록해봅니다.
1. 겐로쿠엔 – 일본 3대 정원에서의 한적한 산책
가나자와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단연 ‘겐로쿠엔(兼六園)’입니다. 미토의 가이라쿠엔, 오카야마의 고라쿠엔과 함께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며,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정원이에요.
넓은 연못과 인공 폭포, 소나무가 조화롭게 배치된 이 정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걷는 명상’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아침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인적도 드물고, 풀잎에 맺힌 이슬,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등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정원 근처엔 가나자와성을 함께 둘러볼 수 있고, 입장권을 통합으로 구매하면 좀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요.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자연에 둘러싸여 ‘도시 속 휴식’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공간입니다.
2. 히가시차야 거리 – 전통이 살아있는 골목
겐로쿠엔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히가시차야 거리(ひがし茶屋街)’는 가나자와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에도 시대 찻집 거리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전통 목조건물이 줄지어 있어 마치 타임슬립한 듯한 느낌이 들죠.
이곳에서는 여전히 전통 음악이 흐르고, 길거리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행객들이 여유롭게 거닙니다. 골목 사이사이엔 수제 디저트 카페, 도자기 공방, 금박 체험장도 있어 감성적인 쇼핑과 체험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금박 아이스크림’을 맛봤는데, 얇은 금이 바람에 살랑이며 빛나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히가시차야 거리의 매력은 단순히 예쁜 골목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지금도 살아 있는 전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나자와만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공간이죠.
3. 21세기 현대미술관 – 전통 속에 숨겨진 놀라운 현대
가나자와는 전통뿐 아니라 현대 예술의 감각도 만날 수 있는 도시입니다.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은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원형 구조의 미술관으로, 전시뿐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설계되어 있어요.
대표적인 설치 작품인 ‘수영장(Pool)’은 지하에서 올려다보는 수면 위 공간이 정말 신기하고 독창적입니다. 외부 전시도 많아 무료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고,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도 자주 찾습니다.
이 미술관은 ‘일상 속 예술’이라는 테마에 맞게 지역과 연결된 작품들이 많아, 전통 도시 가나자와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어요. 정적인 히가시차야 거리와 대비되는 현대적인 감각의 충돌이 인상적인 하루였습니다.
결론 –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가나자와를 느끼다
가나자와는 볼거리가 화려하거나 쇼핑 중심의 도시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필요한 ‘쉼’과 ‘느림’을 제공하는 도시입니다. 정원, 골목, 미술관을 따라 걸으며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도쿄나 오사카의 활기와는 다른 매력, 일본의 정적인 감성과 문화적 깊이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가나자와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다음 여행이 조용한 힐링을 원한다면, 이 도시를 꼭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