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와 오사카 사이, 알프스 산맥 아래 자리한 조용한 도시 도야마. 잘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한 번 다녀오면 반드시 다시 찾고 싶은 매력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도야마의 자연과 전통, 그리고 일상 속 특별함을 담아봤습니다.
1. 다테야마 알펜루트 – 설경이 펼쳐지는 감동의 루트
도야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다테야마 알펜루트’입니다. 해발 2,450m에 달하는 다테야마를 중심으로, 케이블카, 고원버스, 트롤리 전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산을 가로지르는 이 루트는 말 그대로 ‘설국 여행’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열리는 ‘눈의 대협곡’ 시즌에는 20m 가까운 눈벽 사이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설경을 실제로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 말 그대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맑은 날엔 저 멀리 일본해까지 보이는 전망도 압권이에요.
알펜루트의 중간 지점마다 휴게소와 전망대가 잘 마련되어 있어, 급하지 않게 천천히 자연을 느끼며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여유롭고 장엄한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2. 도야마성 공원 – 도시 속 여유로운 시간
도야마 시내 중심에는 ‘도야마성 공원’이 있습니다. 에도시대 도야마번의 중심이었던 도야마성은 지금은 성곽 일부와 복원된 천수각, 그리고 근대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죠. 성 안팎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벚꽃 시즌에는 공원 전체가 연분홍빛으로 물들며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하나미를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원 주변에는 조용한 찻집과 아기자기한 카페들도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예요.
도야마성 내부 전시관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 도야마라는 도시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든 전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곳에서, 일본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3. 도야마만 신선시장 – 미식가들의 숨은 천국
도야마는 바다와 접해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해산물! 특히 겨울철에는 ‘방어(부리)’, ‘단새우(시로에비)’, 그리고 ‘도야마만 스시’로 대표되는 지역 해산물 요리를 꼭 맛봐야 합니다.
도야마역 근처에 있는 ‘신선시장(きときと市場)’은 어시장과 식당이 결합된 형태로, 아침 일찍부터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시로에비 덮밥과 도야마만 5종 스시 세트를 먹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신선했어요.
시장에는 시식 코너도 많고,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여행자에게도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공간입니다. 가격도 도쿄나 오사카 대비 매우 합리적인 편이라, 알뜰한 먹방 여행을 원한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장소입니다.
결론 – 조용한 감동, 도야마에서 찾다
도야마는 사람에 치이지 않고, 자연과 도시의 균형이 절묘한 도시였습니다. 북알프스의 장엄함, 전통의 잔잔한 숨결, 그리고 신선한 음식까지.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머물고 싶은 도시였어요.
유명 관광지만 찾기엔 지쳤다면, 도야마 같은 소도시에서 진짜 일본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일상과 비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 도야마는 그런 특별함을 조용히 품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