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부 해안에서 태평양을 따라 뻗어 있는 ‘난카이 해구’는 수백 년간 초대형 지진을 반복적으로 발생시켜 온 대표적인 섭입대입니다. 이 글에서는 난카이 해구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는 구조적 원리, 즉 판 충돌로 인한 에너지 누적과 단층 운동의 메커니즘을 지질학적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판 충돌: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선
난카이 해구(Nankai Trough)는 일본 혼슈 중부에서 규슈까지 이어진 약 700km 길이의 해저 협곡입니다. 이곳은 필리핀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subduction)하고 있는 활성판 경계(active plate boundary)로, 지질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지역입니다. 해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단순한 여진이나 국지적 진동이 아니라, 초대형 지진(M8.0 이상)과 쓰나미를 동반하는 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필리핀해판은 해양지각으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고 단단한 반면, 유라시아판은 대륙지각으로 부드럽고 가벼운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판이 충돌하면서 필리핀해판은 유라시아판 아래로 서서히 밀려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지하 수십 km 깊이에서 단층에 큰 응력이 누적되며,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후 한순간에 방출되며 대규모 지진을 일으킵니다.
에너지 누적: 지각이 버티다 결국 부서지는 과정
판이 충돌하면, 윗판(유라시아판)은 섭입하는 판(필리핀해판)에 의해 점점 끌려 들어가면서 바깥쪽으로 휘어지고, 내부 응력이 축적됩니다. 이 과정은 탄성변형(elastic deformation)이라고 불리며, 지표면에서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은 그 존재를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성이나 해양 GPS를 이용하면 몇 mm~수 cm 수준의 지각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응력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지반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며 탄성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방출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대지진이며, 강한 지진파(P파, S파)가 수백 km 이상 떨어진 지역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난카이 해구 지진은 특히 '주기성'을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질학적 연구에 따르면 난카이 해구는 약 90~150년 주기로 대지진을 발생시켜 왔으며, 1946년 이후 80년 가까이 조용한 상태가 이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지진학계는 "현재가 매우 위험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A~E로 나뉘는 해구 구간 중 두세 구간이 동시에 파열되면 M8.5 이상의 연쇄지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단층 운동과 지진 발생의 실제 메커니즘
난카이 해구에서의 단층 운동은 역단층(reverse faulting) 형태로 주로 나타납니다. 이는 두 지각판이 서로 압축되어, 윗판이 아래판을 타고 올라가며 수직방향의 변위를 만드는 지각 운동입니다. 이때 단층선의 경사면을 따라 수 km 이상이 한 번에 움직이게 되며, 그 에너지는 진도 7 이상의 강진으로 표출됩니다. 단층은 지하 깊은 곳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해저 지표나 육상 단층선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지표면의 큰 변형이나 균열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문제는 단층 운동의 길이와 시간입니다. 난카이 해구는 단층의 길이가 매우 길기 때문에, 지진 지속 시간도 수 분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긴 시간 동안 흔들림이 계속되면 건물, 다리, 도로 등의 구조물이 버티기 어려워지며, 2차 붕괴와 화재,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본 지진학자들은 이런 복합적 피해 양상을 고려해 ‘지진 + 쓰나미 + 화재 복합 모델’을 기반으로 한 피해 예측 시뮬레이션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내각부는 2013년부터 난카이 트러프 거대지진을 상정한 방재 백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32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경제 피해는 약 220조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론: 난카이 지진은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는 ‘반응’
난카이 해구 지진은 단순한 재해가 아닌,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판 구조 운동의 일환입니다. 판 충돌, 에너지 누적, 단층 운동이라는 메커니즘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책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진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학의 시그널을 이해하고, 스스로 대비하는 것뿐입니다. 난카이 해구는 지금도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으며, 그 방출은 '언제'의 문제일 뿐, 결코 '만약'의 문제는 아닙니다.